국내 로봇산업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세계 4위라는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며 로봇강국의 면모를 확고히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로봇을 구성하는 부품의 경우 낮은 국산화율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면서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진장한 로봇강국을 일궈내기 위한 필수 요소 로봇부품. 본문에서는 로봇 부품산업의 현황과 더불어 향후 발전 방안을 함께 살펴봤다.
올해 발표된 로봇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로봇산업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용 로봇의 생산 및 수출 증가에 힘입어 4.1%의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설비투자 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수요 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해 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로봇을 구성하고 있는 부품의 경우 수입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되면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2013년의 부품 생산은 21.6%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부품 수입률이 44.6%로 더 크게 상승하면서 수입 비중이 생산 비중을 역전하기 시작했다. 부품의 전체 자급률이 50% 미만으로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로봇 부품의 전반적 국산화율 취약
로봇을 구성하는 부품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센서와 제어기, 구동기 등이다.
먼저 시각센서, 거리센서, 힘·토크센서, 관성센서 등으로 대표되는 센서기술의 국산화율은 매년 3~5%의 꾸준한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는 관성센서와 거리센서 등에 대한 국산화율 증가가 이끌어낸 결과로, 그 외의 센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션제어 기술의 경우는 국내기술의 수준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로봇 제품에의 적용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다. 특히 로봇 모션 제어기 시장은 세계시장의 성장속도 이상으로 국내 시장의 확대 규모도 빨라지고 있음에 따라 상당수의 기업들이 로봇 모션제어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모터와 감속기, 관절모듈 등 로봇의 구동부품은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감속기의 경우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급한 국산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로봇에 적용되는 감속기에 대한 국제 기술특허가 해제되면서 국내에서도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져오고 있지만 여전히 베어링 등의 핵심기술 부재와 이를 겨냥한 일본의 방어적 마케팅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기술이 시장으로 진출하는 루트를 마련하라”
로봇 부품과 관련된 수입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기술적 기반의 취약함과 더불어 개발된 기술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과정마저 험난해 글로벌 기업의 공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일반 산업에서 활용되는 부품에 비해 로봇 부품은 전체적으로 고정밀 기술을 요구한다”며 “저속의 고토크, 고정밀을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정밀기계 강국이던 일본이나 독일, 미국 등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일반 산업 부품을 보완해 로봇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이들에 비해 늦게 나타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부품시장 선점 후 후발주자로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쟁 국가들에 비해 취약한 산업 기반과 늦어진 로봇 부품 기술 개발 시기가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국내 부품 기업들은 현재 로봇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시장을 이끄는 First Mover가 아닌 Fast Follower를 지향하는 개발을 이어가는 처지”라며 로봇 부품 산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기술 개발의 난제와 더불어 로봇 부품기업들은 국산화된 기술조차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처에서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산을 대체해 국산 부품을 적용하려는 변화 자체를 꺼리고 있는데다, 이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 과정 역시 미비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산의 대체품 개발을 위해 키워온 기술력이 정작 시장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부품 강국으로 가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진출 가능한 시장만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부품의 높은 외산 의존도는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량에 가까운 수입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로봇 감속기
산·학·연·관 모두의 노력이 국산 부품을 만든다
외산의 공세 속에서 국산 제품이 시장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학·연·관 모두의 하나 된 노력이 필수적이다. 국산 로봇 부품이 국내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에 대한 수익을 다시 기술개발로 재투자하고, 더욱 큰 시장을 열어가는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로봇업계는 로봇 산업 지원 정책의 방향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무사히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 과정에 걸친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기관을 통한 기술이전과 기업 차원의 기술개발에 집중됐던 지원들이 최근에는 수요기업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부품의 신뢰성 평가나 표준/인증 등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으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기관 담당자는 “▲개발 컨설팅 ▲부품 기술개발 ▲부품 신뢰성평가 ▲부품 표준 및 인증 ▲Reference/보급에 이르는 로봇 부품의 전주기를 지원해줄 수 있는 사업적 보완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며 “수요 기업의 니즈가 반영된 부품 사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된다면 국책 사업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제대로 시장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적 보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연구기관과 부품 기업 간 기술이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역시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분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전해 제품화 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기술 이전이라는 합리적 선택을 해왔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기관의 성과를 전문 인력을 통해 분석하고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이 중소기업 차원에서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품의 형태로 기업에 이전해 이를 상품화하거나 제품에 활용하는 형태로 기술이전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다 더 마켓 확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KETI의 로봇구동모듈
부품 국산화, 로봇 강국 코리아의 날개가 될 것
현재 로봇 부품은 감속기를 비롯해 시각센서, 유압 구동기, 모터 등 로봇을 이루는 4개의 핵심 부품에서 국산화율이 20%에 남짓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 산업의 확대에 따라 부품의 수입 역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부품을 전체 국산화한다고 가정하면, 상당한 수입 절감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 로봇 전문가는 “로봇 감속기 제품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국산화가 된다면 25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줄일 수 있다”며 수입대체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부품 수입이 일본에 집중되어 있는 점 또한 부품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로봇용 유압(공기압)식 구동기의 경우 수입되는 420억원의 부품 전량이 일본에서 들어오고 있고, 앞서 예로 든 감속기의 경우도 전체 수입 250억원 중 220억원이 일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높은 수입액도 문제지만 이들 수입이 특정 국가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은 한 국가의 로봇 공급 책에 따라 국내 로봇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불안정한 부품 공급위에서 로봇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결국 로봇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로봇 부품 국산화가 필수적 요건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볼 수 있다. 로봇 부품 기술의 발전을 통한 높은 국산화는 단순히 수입액의 감소라는 효과 외에도 외산 부품의 독점을 견제함으로써 더욱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진엑스텍의 로봇컨트롤러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에 주목하라!
로봇 산업에 있어 부품의 중요성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에 비추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동차와 스마트 폰의 경우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국가의 핵심 먹거리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래 산업을 지향하는 로봇 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와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금의 로봇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부품을 일본의 기술력에 의존해왔으나 2000년에 현대정공을 현대모비스로 변경하면서 부품의 국산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4~5%에 불과하던 자동차 영업이익이 현재 9~11%에 달했으며, 최근에는 친환경과 스마트 전장부품에 있어서도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 스마트폰 기술력을 과시해온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산업 초기부터 강력한 부품 국산화 의지를 천명하며 현재 90%에 이르는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이러한 스마트폰 부품 국산화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First Mover로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경쟁사의 스마트폰에도 무려 48%의 부품이 국산 부품인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
로봇 산업은 비록 산업 규모에서 이들 산업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산업의 특성이나 성장 전개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국가 먹거리 산업의 중심에 항상 부품의 국산화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음을 기억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이 시장 자체의 수요가 커지면서 대기업의 자체적 노력으로 부품 국산화를 일궜다면 로봇 산업의 경우 아직은 기업 수준의 큰 자본이 투입될 여력이 부족한 관계로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산업의 특성 고려한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 정부는 로봇 산업에 대한 다각적 지원으로 해외 경쟁력 구축에 이바지해왔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로봇 산업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정부에서는 상당한 비중의 지원을 이어왔으며 특히 2009년부터 시작된 지능형로봇 제1차 기본계획에서는 무려 7천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중 투자해 로봇강국의 기반을 다졌다.
로봇 부품 역시 제1차 기본계획의 정책적 지원으로 일부 성공적인 국산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 10% 수준의 예산이 투입된 로봇 부품은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됐던 타 로봇분야와는 달리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어려움으로 제대로 시장조차 확보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술 개발에서 시장 확보에 이르는 다양한 방향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로봇부품 기업과 경쟁을 펼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이어져왔다.
한 관계자는 “부품의 수입비중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에 대한 과제를 찾아 효율적인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로봇 부품 분야의 지원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수요자를 알면 국산 로봇 부품의 경쟁력이 보인다
로봇 부품을 만드는 기업 역시 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과 실용화에 중점을 둔 사업방향 설정이 여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정부의 과제를 통한 기술적 성과가 아닌 사업적 성과를 통해 로봇 산업을 이끌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로봇 부품 수요자들은 “외산을 대체할 정도의 안정적 성능과 적용 로봇의 특성에 따른 사양 설정”을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로봇이 대부분의 현장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 따라 부품으로 인한 로봇 가동의 문제는 현장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용 로봇, 전문서비스 로봇, 개인서비스 로봇 등 개별적인 로봇이 각각 로봇 부품에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파악해 수요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로봇과 같은 최첨단 산업의 기술개발자들은 흔히 높은 기술력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로봇에 적용되는 기술은 로봇이 사용되는 환경과 가격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품의 시리즈화 역시 로봇 부품 개발에 있어 중요한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양한 라인업의 외산 부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일부 사양에 있어서만 국산을 사용하기에는 관리 차원에서도 어려울 뿐 아니라 외산 부품 기업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 기업들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수요자를 고려한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는 수요기업과 함께 시장을 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물류나 포장 등 아직도 로봇이 필요한 분야는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각종 틈새시장을 노리면 더욱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요인도 산재해있다.
한 전문가는 “기술 개발자가 막연히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으로 기술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부품기업-로봇기업-수요기업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통해 효율적인 기술개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로봇기술을 통해 다른 산업으로 나가는 방향도 좋지만 다른 산업의 기업들을 로봇산업에 참여시켜 시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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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관절모듈의 로봇 전용화를 통한 제조 로봇 혁신
독일 D사에 의해 개발된 로봇구동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을 모두 일체화한 로봇구동장치로 출시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로봇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내장하고 브레이크를 경량화하면서 K 로봇기업의 경량감속매니퓰레이터 탄생을 이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10만 불이 넘는 가격적 제약으로 사업화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약 십년 후, 덴마크의 U사는 이를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4만 불 이하라는 획기적 가격의 고양산성 고출력밀도 구동기 시리즈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 기술은 이후 세계적 생산라인에 무수히 공급되면서 상당한 이익과 동시에 U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례 2> 전용화, 서비스화 통한 경쟁력 확보
국내 S사는 로봇전용 스마트 정밀모터와 유성감속기를 시리즈화 함으로써 경쟁력의 기반을 확보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슬롯리스형 BLDC모터에서 소형, 중형 유성감속기로 이어지는 이 라인업으로 이 기업은 취출로봇부터 데스크탑 로봇, 스카라 로봇, 직각좌표 로봇 등 다양한 로봇에 제품을 공급해 부품 국산화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3차년도에 걸쳐 진행된 국책과제를 진행하면서 S사는 현재 세계적 모터 브랜드 M사의 제품을 대체한다는 목표 하에 국산화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비스로봇과 의료 및 정밀기기 분야의 사업 확장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