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이 소형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을 이용해 빠른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에 의해 무인항공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가 개발되어 화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항공기 내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제어해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운영체제를 개발, 국산 무인항공기에 탑재해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TRI가 개발에 성공한 항공용 실시간 운영체제의 이름은 ‘큐플러스 에어’다.
그동안 항공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는 모두 외산이었다. 또한 기존 시스템은 일부 SW 업그레이드 시에 SW 전체를 교체하는 등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운영체제 ‘큐플러스 에어’를 사용함으로써 외산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함은 물론, 쉽게 시스템 교체도 가능케 됐다.
특히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도 향후 전투기는 무인 전투기로만 개발될 것이라고 최근 선언한 바 있어 이번 연구 성과는 의미가 크다.
무인항공기는 머지않은 장래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되며, 실시간 운영체제가 개발됨으로써 참여 연구원을 통해 연구소 기업을 창업, 상용화의 발판도 마련했다. 연구원이 창업한 연구소 기업은 ‘알티스트’로서 등록절차를 모두 마치고 ETRI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본격 상용화 채비에 나섰다.
다수의 국제특허 및 논문 발표 “세계가 인정했다!”
ETRI의 큐플러스 에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WBS(World Best Software)과제인 ‘무인기용 표준 SW 솔루션 및 Test-bed 개발’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2013년 2월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3m 크기의 시험용 무인기에 탑재되어 두 차례 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ETRI는 본 시험비행 성공이 국내에서 개발한 실시간 운영체제로는 최초로 비행시험에 통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항공청의 SW 안전성 기준 최고 등급인 DO-178B Level A를 획득한 것에 이어 실제 적용에도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준 쾌거이며, 국산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한 단계 높인 쾌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TRI가 개발에 성공한 큐플러스 에어는 특히 항공기의 무게와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한 통합모듈구조(IMA, Integrated Modular Avionics)를 국내 최초로 지원하고 있어 무인기나 항공기의 체공시간과 작전반경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개발 과정을 통해 12건의 국제특허 출원, 14편의 논문 발표 등의 성과를 거뒀다.
ETRI 측은 “이러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보수적인 외산 위주의 시장생태계로 인해 기술 상용화의 어려움을 겪던 중, 이 기술을 개발한 ETRI 연구원이 직접 창업을 통해 상용화에 뛰어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헬리콥터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상태감시 시스템 탑재 계약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ETRI는 연구소 기업을 통해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LAH)를 비롯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하는 헬리콥터들에 본 운영체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더불어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항공전자, 무기체계, 원자력 등 안정성이 높이 요구되는 다양한 고신뢰 시스템 적용도 추진 중이다.
기술개발을 총괄한 ETRI 임베디드SW 연구부 임채덕 부장은 “IMA 구조의 실시간 운영체제는 유무인기, 자동차, 우주, 로봇 등과 같은 산업이 점차 전자화, 융복합화 됨에 따라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기종 탑재 가능한 큐플러스 에어, 잠재력 높아
ETRI는 이번 연구성과가 대부분의 무기체계에도 적용될 수 있지만 해외제품에 의존도가 커서 국방 자립화 측면에서도 국산화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헬리콥터의 실시간 운영체제로 ETRI 연구성과물을 선택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이진균 담당도 “ETRI의 큐플러스 에어는 최고의 신뢰도를 요구하는 비행시험을 통과한 검증된 운영체제이며 향후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항공기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실시간 운영체제의 올해 세계 시장 규모는 1조 3천억으로 추정되고 국내는 무기체계 시장만 300억 원 규모로 예상된다.